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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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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상(합천읍 교동)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인 1962년 가을, 초계면 유하마을에 거주하는 사냥꾼이자 산림감시원이던 김윤민 포수는 여느 때와 같이 독구받드라는 이름의 두 사냥개를 데리고 대암산에 올랐다. 대암산은 해발 591m 높이로 초계 대양 율곡 3개면이 접경을 이루고 있다. 오랜 사냥 생활로 인근 산 일대에 서식하는 짐승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김 포수는 그날따라 굴속에 숨어 있는 너구리나 잡을 계산으로 막창이 아닌 꼬부랑 창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오후 3시경 대암산 정상에 도달하였을 무렵, 갑자기 독구와 받드가 저쪽 소나무 위를 쳐다보면서 마구 짖다가 꼬리를 내리고 비명을 지르며 주인 곁에 붙어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김 포수는 사냥개의 이 돌발 행동을 보고 주변에 큰 짐승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개가 짖는 곳을 바라보니 나뭇가지 사이에 알록달록한 짐승이 보인다. , 표범이다. 순간 김 포수는 긴장으로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오늘따라 하필 꼬부랑 창을 가지고 왔다. 몸에 지닌 것은 낫 한 자루 뿐이다.

김 포수는 날쌔고 용감했다. 덮쳐드는 표범의 앞발을 꼬부랑 창으로 쳐내면서 번개 같이 표범의 등 뒤로 돌아 목을 틀어쥐고 조른다. 그러면서 천지가 떠나갈 듯이 독구야~ 받드야~ 물어라소리치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낫으로 표범의 주둥이를 때리며 이빨을 내려앉히기 시작한다. 사람과 표범이 서로 한 덩어리가 되어 넘어져 뒹굴면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두 마리의 사냥개는 표범의 엉덩이와 뒷다리 쪽을 죽어라 물고 늘어지면서 역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암산 정상에서 처음 시작된 싸움은 산 아래 평지에 이를 때까지 사람과 표범과 사냥개가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면서 1시간여 동안 사투를 벌였다. 모두가 기진맥진하며 초죽음의 상태에 이르렀을 무렵 나무하러 온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표범은 생포되고 사냥꾼은 긴급 후송된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전파되면서 유하마을 김윤민 포수의 집에는 표범을 구경하러 몰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가까이서 본 표범의 모습은 온 몸이 피투성이였고 야수의 지독한 누렁내가 주변에 진동하였다. 그 후 표범은 동물보호단체에 인계된다.

이 대암산 표범의 이야기는 이 땅에서 인간과 맹수가 함께 살던 마지막 시대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당시 13살 어린 나이에 잡힌 표범을 직접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기 때문에 이야기 내용은 실제 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초계면 유하, 원당 등 인근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생생한 실화다

 

이때의 표범은 우리 한반도 남한 지역에서 발견된 마지막 표범이라고 한다. 분명히 생태계의 역사적 대사건으로 우리 합천을 넘어 한반도 남쪽 마지막 최후 사냥꾼의 전설적 무용담을 지닌 감동적이고 귀중한 역사적 사료인데도 지금은 아무 흔적도 없이 잊혀져가고 있으니 아까운 일이다. 이 사냥꾼과 표범이 만들어 낸 전무후무할 드라마틱한 사건을 이대로 영원히 사장시키지 말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김윤민 포수의 자손들과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재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겨 우리 고장 산야에서 발생한 인간과 맹수의 장엄하고 훈훈한 살아있는 전설적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주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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