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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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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먹고사는 일

서정홍

 

 

땅에 무릎을

수백 번 꿇지 않고서야

어찌 밥상 차릴 수 있으랴

 

땅에 허리를

수천 번 숙이지 않고서야

어찌 먹고살 수 있으랴

 

끝없이 무릎 꿇고

끝없이 허리 숙이지 않고서야

어찌 목숨 하나 살릴 수 있으랴

 먹고사는 일을 하찮게 여기거나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아래와 같은 마지막 뉴스를 듣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금 막 들어온 긴급 뉴스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나라마다 흉년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 모든 도시는 거의 먹고살기 위한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대도시 큰 상점뿐만 아니라 마을 구멍가게까지 들어가 먹을 것을 훔치고 있습니다. 수십 억 수백 억짜리 예배당도 사람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이 텅텅 비었습니다. 이제 평당 몇천만 원 한다는 고급 아파트를 몇만 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습니다. 잘 돌아가던 조선소도 자동차 공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유명하다는 식당도 병원도 약국도 모든 관공서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밤마다 손님을 받느라 불도 안 끄고 잠도 자지 않던 편의점과 식당과 술집과 노래방과 온갖 가게들, 그리고 화려하고 웅장한 모든 시멘트 건물이 하나둘 폐허로 변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제 선택은 우리 몫입니다. 우리가 떠난 고향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 나간 아들 기다리듯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 갖은 쓰레기를 다 만들어 내면서 입으로만 지구를 살려야 한다,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떠들어 대던 사람들도 제정신을 차리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도시에서 들려 드리는 마지막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저희 방송을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방송국도 오늘 보따리를 쌌습니다. 그럼, 고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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