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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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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보고 싶다
강아지풀 덥수룩한 시골길
싱그런 풋내음새 정겹게 풍기는
보리밭 고랑 비집고 앉아
도란도란 주고받던 정겨웁던 얘기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옛 친구 지금 뭐하노?
깨어진 사금파리 주워 모아
희야는 내 각시 나는 서방님!
석이는 돌쇠머슴 가정을 꾸미고
오순도순 소꿉놀이 구색이 맞다
여~보 서방님! 오늘 점심은 갱죽인데
각시야! 벌써 쌀이 떨어졌는가?
내일 큰집 형님한테 가서 장뇌쌀이라도
꾸어 올 테니 제발 좀 바가질랑 긁지 마라!
시나리오 연출도 없는 어린 단막극.
무대는 담벼락 아래 관객도 없이
셋이 어우러지는 주연 조연들
리허설 예행연습 이름도 몰라
한나절 넘긴 해가 서쪽으로 기운다
아이고 요놈들 이게 뭐꼬?
남녀칠세 부동석이라 무스마 가스나
구석진 담벼락에서 무얼 하고 놀았노 이말이다
아이고 가슴 답답 말좀 해봐라
할매! 아무 일도 없었어예!
신랑 각시 되어 살림사는 흉내 낸 것,
다른 아무 일 없었어요!
내참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고
할머니 떠난 자리 희야는 훌쩍훌쩍
나는 어리둥절, 우리가 우쨌는데?
마당쇠 돌쇠는 깨어진 비당가리 솥을 걸고
붓뎅붓뎅 국밥 끓이는 흉내 낸 것 뿐인데
희야는 7살 나도 7살
제깐놈 철부지 알긴 뭘 알아!
다음부터 함께 어울리면 안돼
그럼 우리 어디서 누구하고 무얼 하고 놀지?
그래도 희야가 좋은데
얼마를 지나서 몽메기 송아지
나는 목동, 희야도 목동
소버탕 구석진 곳 아주까리 정자 그늘
희야와 나는 깔래받기(공기놀이)
해지는 줄 모르고 소근거렸다
갑사댕기 끝맺임 가지런히 땋아 내린 희야
머리끝이 S자 허리춤에 머물고
겹겹이 동여맨 옷고름 사이를 못내 비집고
삐죽이 넘겨다보는 출렁이는 희야 가슴 훔쳐본 것
못 볼 것 본 것처럼 얼굴 붉히는데
희야는 태연자약 늠름한 기색
소롯이 아껴 뒀다가 어차피 남 줄 텐데
훔쳐보는 눈길 두렵지 않다는가?
숫총각 이마에 체면 없이 솟아오른
여드름 숫자만 늘어난다
입시공부 몰두하던 어느 늦가을
연지곤지 짙게 바른 희야가 혼시짐 앞세우고
가마를 타는데 나락등겨 반쯤 채운 백사요강 보고
백년살자 백사요강 백년 후에 나 너를 볼까?
잎 새도 가지도 다 제 갈길 찾아 떠나고
초연히 외롭게 떠나야 할 해넘이 과객(過客)이
나무도 늙어지면 눈먼 새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회심곡(悔心曲)에 일렀건만
희야는 어쩌면 이렇게도 문득 문득 보고싶제?
소슬바람 불어오고 국화꽃 필 무렵
뒷동산 외롭게 지키는 소나무 벗하여
이마빼기 여드름 헤아리며 함께 부르던
친구생각(思友) 합창하던 한 폭의 그림!
재현하러 날 잡아 올라갈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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