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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3-06-25

김민환(가회면 거주)

 

퀴어라고 하는 단어를 들으면 아무튼 동성애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필자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의미로서 생각하고 있었다.

2023617일 대구 퀴어축제가 한다는 소식을 들은 필자의 부모님은 언제 그런 행사에 또 참석할 것이냐며 가자고 하였고 필자 또한 딱히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걱정 반 흥미 반으로서 차를 몰아 출발하였다.

대구에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아주 조금 합천보다 위에 있음에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열기였다. 사람들의 환호성이나 열정의 뜨거움이 아닌 물리적으로 더웠다는 것이다. ‘이 날씨에 축제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들고 있었던 텀블러 안의 음료가 반쯤 없어졌을 때, 의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퀴어축제는 보통 성소수자들의 축제라고 말하는데,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들 또한 현실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종교적, 정치적으로 편을 나누기 보다는 다양함을 받아들이고, 한번 보고자 다녀왔다.

필자가 한없이 편견적으로 생각했던 퀴어축제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부끄러움이 넘쳐흘러 도저히 보지 못할 모습들은 그곳에 없었다.

부모님은 무엇을 하는지 보고자 가까이 갔으나 딱히 무엇을 하든 관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조금 축제가 시작하려고 하는 장소에서 벗어나 대구 동성로를 걸어다니려 하자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었다.

텀블러의 음료를 더 넣기 위해 편의점에서 구매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그리 삼삼오오 모이고 있던 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모였던 이들은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문구 아래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동성애를 반대하기 위해서는 저런 말도 안되는 문구를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축제가 시작될 무렵 부모님과 합류하고자 축제 장소로 이동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무슨 해괴한 장면인지 경찰들이 우르르 모여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나름 축제나 시위 현장의 경찰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을 막을지 혹은 축제를 막을지 생각했으나, 틀렸다.

 

조금씩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라 느낄 쯤이 었을 것이다. 필자가 몸에 흐르는 땀을 닦을 손수건을 사기 위해서 다이소로 걸어가자 축제의 참석 인원들과 비견 될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문구가 적히 티셔츠와 팻말을 들고서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확성기와 종교단체의 사람으로 보이는 전광판 차량들이 돌아다니며 말하는 내용을 듣자하니 21세기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 확성기를 든 사람이 경찰이 동성애 난교 파티를 지키기 위해서 공무원을 공격했다!”라는 어처구니가 빠져버린 맷돌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 발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라는 인터넷 문구처럼 경악을 불러왔으며 앞서 달려갔던 경찰들은 공무원들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직 20대인 필자가 막연히 생각했던 일들과 다른 일들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말도 안되는 수위의 발언들이 이어졌으나 곧 달려오는 경찰들의 모습에 약간 목소리가 낮춰지니 다른 모습으로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뒷날 인터넷 신문 기사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집회(축제)를 지키려는 경찰과 아무튼 반대를 외치는 공무원들이 부딪혔다는 내용을 보았다.

 

축제의 연설이나 축제를 즐기는 모습 등 사람들의 모습은 필자가 생각했던 퀴어축제와는 아주 상반된 그리고 절제된 모습이었고, 문란함이라는 느낌과도 아주 멀었다.

아직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모습이기는 하나 전세계가 성적으로 자유로움을 넓히고 있고 그 길을 타고 오르기 위해서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으니 뭐 이야기 정도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축제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겉으로 보는 모습만 보면 동성애라던가 범성애라던가 하는 단어는 잊고 그저 길에서 볼 수 있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으니 이 모습들이 평범한 사회가 왔으면 하고 생각했다.

이윽고 행진을 시작하니 뒤를 따라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저 행진행렬에 참여 보다는 조금 뒤에서 느릿하게나마 보도를 따라 어디까지 행진을 하나 보고자 따라서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집으로 가자는 말씀에, 문제없이 끝나길 바라며 돌아왔다.

훗날 언론에서는 축제에 대한 의미나 평가라던가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경찰vs공무원 대립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만 나와 아쉬운 기분이었다. 

무려 15. 15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으니 경찰이 말한 15년 동안 문제되는 것이 없었다는 발언은 이번 집회에서 믿을 수 있는 발언이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과 현실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경험을 가져오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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