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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5-03-09

김민환(삼가면 거주)

 

3월 첫 화요일, 다른 이들이 저녁을 먹으려 퇴근하던 시간.

차를 몰아 농민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열사의 시선 아래에서라는 표어로 활동한지 무려 10년이 다되어가고 있지만 추모라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나라의 농업과 농민들의 삶을 위해, 앞장서 나아간 열사들의 모습은 책자 아래의 사진과 글귀로만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조금 색다르게 동영상으로도 보여준다고 하니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다른 이들과 함께 추모를 기린다.

필자의 아버지는 필자가 어렸을 적에 지병으로 인해서 돌아가셨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으나 열사분들과 함께 추모받고 계신 모습에서 살아계실 적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 마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 느낌이 아니라 다른 열사분들의 자녀, 배우자, 동지로서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사회자의 지시에 맞추어 추모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묵념하기 위해 일어난다. 짧은 묵념 후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온다. ‘농민가’, 농민운동가로서 자주 듣고 자주 부르는 음악이 오늘따라 슬프게 들린다. 첫 가사에서 열사분들이 깨어나 움직이며 살아있는 우리가 잠들어 있는 그분들의 이제는 볼 수 없는 등을 바라본다. 가사는 한줄 한줄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윽고 노래가 끝났을 무렵 눈물을 닦는 이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노래가 끝난 뒤 추모시와 추모사 발언이 이어지고 열사들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이어 만든 동영상이 보여진다. 배경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각 언어로 흘러나오고 20대와 30대 젊은 청춘에 돌아가신 열사와 홍콩에서 있었던 농민시위에 참가한 필자의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지며 그 뒤에 일어난 수 많은 사건 속에 있던 농민열사들의 모습을 비추며 눈물 흘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영상이 끝나고 사회자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대표로 할 인물들을 부르고 향이 피워지고 술이 올려진다. 그 뒤에 다시 한번 묵념을 올린다.

짧은 제사가 끝나고 헌화할 준비를 하는 그때, 필자의 동생이 자녀를 데리고 같이 헌화하기 위해 다가왔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학생이었던 시절에서 벗어나 한 자녀의 아버지로서 이 자리에 같이하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을 때,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같이 헌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간다. 3월이 되었음에도 낮은 기운과 추운 분위기가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열사의 시선 아래에서 더욱 뜨겁게 움직이며 앞서가신 분들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겠다 다짐하며 조카의 얼굴을 한번 바라본다.

 

세계가 어지럽다. 농민으로서는 더더욱 어지럽다. 가까운 우리 농민만 보아도 농산물 가격을 나라에서 강제로 잡고자 하고 농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간다. 이웃 국가의 농업도 파괴되어간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자 필자와 농민운동가들은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달려갈 것이다.

 

할라쿠먼 못할기 없고 안할쿠몬 헐일이 없다’ (추모시 진주사람 하해룡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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