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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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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이른 아침, 우리 네 식구는 역사기행을 떠나기 위해 합천읍의 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참여자가 모였다. 버스 안에서 서로 간단히 인사를 하고 도착한 곳은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이었다. 말이산 고분군은 지난 해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7곳의 가야고분군 가운데 하나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조원영(현 합천군 문화예술과, 가야사 복원계장)님을 따라 5분 정도 푸른 잔디가 깔린 고분들 사이를 걸어 올랐다. 지름이 40m나 되어 가야 고분군 중 최대급인 말이산 4호분 앞에서 해설자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말이산 고분군은 1.9에 달하는 능선 주위에 200여개 이상의 봉분이 발견되었고, 합천군의 옥전고분군보다 4배나 넓은 78규모라 한다. 그 만큼 이 지역을 지배하던 아라가야가 큰 세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얼핏 봐도 다른 가야 고분군 보다 규모가 훨씬 넓어 보였다. ‘함안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경남지역도 가족들과 둘러볼 곳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제에 의한 도굴을 시작으로 수많은 도굴이 이뤄져 큰 규모에 비해 합천군 옥전고분군 보다 유물이 적게 출토 되었다 한다.

가야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놀랍게도 가야라는 나라 이름은 가야가 있었던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야가 등장하는 최초의 기록은 414년에 만들어진 광개토대왕릉비이다. 비에는 가야란 이름 대신 임나가라(任那加羅)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가야(伽倻)라는 나라 이름은 삼국유사(1281~1283)에 처음 기록 되어있다 한다. 삼국유사는 고려 초 태조왕건 때 기록을 참조하여 쓰여져, 기록상으로는 고려 초부터 가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말했다.

흥미로운 해설을 듣고, 우리는 고분군 입구에 자리 잡은 함안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아라가야는 토기의 나라로 일컬을 정도로 토기 문화가 발달했다. 수레바퀴모양토기, 오리모양토기 불꽃무늬토기 등 화려한 토기들을 보니 가야의 문화와 예술이 대단한 수준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밥을 먹고 우리는 고성군의 송학동 고분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학동 고분군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으로 등재된 고분 가운데 하나로 소가야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5분 정도 걸어 세 개의 봉분이 나란히 지어진 송학동 1호분 앞에서 멈춰 섰다.

해설자에 의하면 소가야라는 이름 역시 후대에 불리게 된 이름으로 삼국사기에서는 고자(古自)국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했다. 소가야의 연맹체는 토기 만드는 기술의 유사성으로 봤을 때, 함양, 생초 일대, 산청 중촌리, 합천의 삼가면 일대에 퍼져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소가야 일대 고분군의 특징은 봉분을 먼저 만들고 뒤에 땅을 파 석곽을 만드는 분구묘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송학동 1호분은 왼쪽 1A호분, 1B호분, 가운데 1C호분이 순서대로 따로 지어져 연결된 고분이라고 한다. 무덤의 양식도 1A호분은 돌덧널무덤이고, 1B1C호분은 돌방무덤이라고 했다. 특히 1B호분은 돌방 천장 벽에 붉은 색 칠이 되어있어 붉은 칠이 되어 있는 일본의 여러 고분과 관련성을 추측하고 있다. 소가야 세력이 해상교역을 활발히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였다. 고송학동 고분군 근처는 과거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지난 9월 송학동 14호분의 발굴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봉분의 규모가 남북 길이 47.5m, 동서 길이 53m, 높이 7.6m로 가야권역 내 최대의 고분으로 확인됐다. 아마도 해상교역을 통해 세력을 키워 이런 거대한 무덤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설명이 끝날 즈음 날씨가 흐려지더니 머리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만여개의 고분이 영호남 지역 일대에 남아있지만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가야사. 고분에서 나온 유물을 가지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느낀다.

 

지난 해 917,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영호남지역에 퍼져있는 7곳의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등재의 핵심적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역사를 잃은 민족의 미래는 없다란 말이 있다.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계기로 가야고분군의 발굴조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 잊혔던 가야사를 되살려주길 기대한다. 조만간 아이들과 합천 옥전고분군과 합천박물관에도 가봐야겠다.

 

가야면 김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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