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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27] -차 안에서 마주한 쌍백면의 하루, 오래된 벽돌 건물을 그리다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늦가을 끝자락, 찬바람이 부쩍 매서워진 날 나는 합천 쌍백면 사무소를 찾았다. 야외에서 스케치를 시작하려 했지만, 코끝을 파고드는 바람 때문에 결국 차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문을 살짝 내려두고 그 틈 사이로 가을 바람 냄새를 맡는다. 차장 밖 면사무소 풍경을 바라보니, 오히려 조용하고 깊이 있게 장면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아…
[황강사진관 47]<갈대, 꿋꿋하게 서 있는 삶의 모습을 담은 잔잔한 울림>
신경림 시인의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겉모습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나직이 울고 있는 존재의 속내를 은유합니다.사진 속 갈대밭 또한 겨울 햇살 아래 부드럽게 흔들리지만, 그 떨림 속에는 들판을 지켜온 사람들의 묵묵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갈대는 오래 품어온 사연을 들려주듯 금빛 살결을 흔들어 보입니다. 농촌의 한 해가 흘러가는 소리,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고단함이 줄기마다 짙게 배어 있습니다. 신경림의 갈대가 ‘속으로 우는’ 존재라면, 이 들판의 …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26]-영혼을 위한 자리
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영혼을 위한 자리박노해(올리브나무 아래 / 느린걸음) 알 자지라 평원에 자리한 소박한 농부의 집.따스한 햇살이 감싸는 흙벽에 기대앉아향기 진한 아라빅 커피를 마시며 깊은숨을 쉰다.이토록 작은 영토, 작은 장소, 작은 올리브나무인데왜 이리 넉넉하고 따스하고 아늑하여그대와 함께 오래오래 앉아있고 싶은지.작지…
[칼럼] 송암 윤한걸 작가의 어르신 隨想(수상)17-식탁
[송암 윤한걸 작가의 어르신 隨想(수상)]식탁우리가 산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문제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을 빼면 별로 중요한 것이 없으리라. 나이가 많으나 적거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차피 인생에서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우리는 먹거리에 대하여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7~80대들이 가장 힘들게 살아오지 않았을까? 그 이전에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우리가 어린 날에는 한 가족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가족이 …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26] -“나도 저기 들어갈 수 있을까?”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나도 저기 들어갈 수 있을까?” 올 여름, 합천에 새로 짓기 시작한 청년 주택 공사장 앞을 지나던 날이었다. 먼지 날리던 현장을 한참 바라보던 아들이 문득 물었다.“나도 저기 들어갈 수 있을까?”그 짧은 한마디가 바람에 섞여 사라지는 듯했지만, 마음 한 켠 에 오래도록 잔향으로 남았다. 합천군민 이라…
[황강사진관 46]<저 달콤한 둥근 희망을 따먹다 보면...>
잿빛 산자락 너머로 세월을 걸쳐 놓고바람에 잎사귀를 다 실려 보낸 감나무 한그루가 허공으로 치솟았습니다.수묵화에 뿌려진 수백의 붉은 점처럼 하늘 빈 공간에 박혀 보석이 된 열매를 품고 차가운 겨울의 문턱을 넘습니다.하루에 한알씩 저 달콤한 둥근 희망을 따먹다 보면 이 겨울도 어느새 달아나 있겠지요...- 황강신문 편집국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25]-뻘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뻘 함민복(말랑말랑한 힘 / 문학세계사)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말랑말랑한 힘 저는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좌우지간 단단하고 굳세게 살라는 시는 봤어도, 말랑말랑한 힘에 관해 이야기하는 …
[칼럼] 송암 윤한걸 작가의 ‘나는 누구인가’16-산모
[송암 윤한걸 작가의 '나는 누구인가']산모 만삭의 몸으로 나한테 왔구나!둘 셋 넷 다섯아주 터질 듯이 영걸은 그 몸을 하고 나에게 왔네! 지난 3월 파종하여불볕 같은 태양을 이고미숭산 가는 길중화동 우륵 공원 안쳐놓고 내 가끔 시나브로 다녀오지만농부의 발 자욱 소리 듣고곡식이 자란다고 하는데한 달에 한 번 두 번 이래서야! 농사 잘 짙은 농부는고추나무 한 포기에 고추 한 근수확한다는데 웃는 이야기도 아가씨들이왔다 갔다 해야 고추가 많이 달린다는 &…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25] -합천 옥산마을의 가을빛, 그리고 역사 한 조각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요즘은 해가 짧아져 퇴근 후에는 드로잉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점심시간 잠시 틈을 내어 사무실 근처에서 그리기로 했다. 먼 곳은 갈 수 없지만, 가까운 풍경에도 충분히 계절이 담겨 있었다. 단풍은 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았지만, 그 시작이 느껴지는 색감이 참 따뜻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 속에서도 펜을 들고, 내 앞의 풍경을 천천히 …
[황강사진관 45]<단풍은... 민중의 축제이다>
단풍은,꽃들의 빛에 늘 서러웠던 잎사귀들의 반란이다.산마다 봉화(烽火)를 올리고, 꽃세상을 뒤업는 민중의 축제이다.단풍이 좋은 건 이래서다.이것이 없었다면 얼마나 싱거울 뻔 했는가.이 붉고노란 광기(狂氣)마저 없었다면 나뭇잎들은 얼마나 초라할 뻔 했는가.(이상국 에세이 중에서...) - 황강신문 편집국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24]-밥을 지으며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밥을 지으며 밥물은 대강 부어요쌀 위에 국자가 잠길락말락물을 붓고 버튼을 눌러요전기밥솥의 눈금은 쳐다보지도 않아요!밥물은 대충 부어요. 되든 질든 되는대로대강, 대충 살아왔어요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전쟁만큼 힘들었어요 목숨을 걸고 뭘 하진 않았어요(왜 그래야지요…
[칼럼] 송암 윤한걸 작가의 어르신 隨想(수상)15-지공 거사 (地空 居士)
[송암 윤한걸 작가의 어르신 隨想(수상)] 지공 거사 (地空 居士)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을 일컫는 언어라 하지만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지 38년이나 됐고 수혜자도 쌓이다 보니 이제는 일반 명사처럼 쓰인다고. 내가 시내 볼일에서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하는지도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특히나 나이가 든 노인네들은 더욱더 편리하고 좋은 교통수단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주 좋다. 그 교통수단이 없었다면 시내 BUS를 이용해야 하는데 특히나 나이가 들고 나같이 허…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24] -가을빛에 물든 신소양공원, 화이트 뮬리와 코스모스
전병주 작가(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가을빛에 물든 신소양공원, 화이트 뮬리와 코스모스 요즘 자주 찾게 되는 신소양공원.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핑크뮬리를 생각했지만, 눈앞에는 순백의 화이트 뮬리가 반짝였다. 화이트 뮬리도 있구나! 보리 밭을 닮은 것도 같고...저 아이를 어떻게 표현 해보지? 고민하다 그만 그 옆 붉은 코스모스에 마음이 가 버렸다. 붉은…
[황강사진관 44]<풍요로움은 기다림과 절박함을 거쳐>
여전히,찡그린 잿빛 구름으로 덮힌 시간이지만마침내,비 멎은 논에 쇳소리가 퍼져 나갑니다.그저, 하늘만 쳐다보던 농부의 눈은이제,이 들판 누런 알곡들을 향해 빛납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 담긴 시간의 무게만큼 낟알 하나하나가 더 없이 귀합니다.풍요로움은 그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켜켜이 쌓인 절박함을 거쳐 다가 온다는 것을 농부는 잊지 않았습니다. - 황강신문 편집국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23]-동지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동지야마오 산세이(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 상추쌈) 동짓날이 되면우리는 사실 태양에 기대어태양 덕분에 사는 존재란 걸 알게 된다 이제 더는 어둡지 않다앞으로는 더 밝아질 뿐이다태양이 있으면우리는 그 아래서 모두 산다거나 죽는다거나 할 수 있다이제 더는 어둡지 않다앞으로는 더 밝아질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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