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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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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찾아와

나를 흔들고 가는

쓸쓸함과 걱정 따위에

탐욕과 편견 따위에

마음을 빼앗겨 절망하거나

질질 끌려 다니지 말아야지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 아주 잠시

나를 찾아온 손님이라 

잘 어르고 달래서 고이 보내야지

 

한세상 살아가다 보면 온갖 일이 다 일어나지요.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어디로 가나 기쁘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슬프고 괴로운 일도 자주 일어나지요. 그 가운데 자연재해처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일도 있어요.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결정하면 큰 잘못이나 후회할 일을 줄일 수도 있을 거예요. 때론 슬프고 괴로운 일도 지나고 나면 아아, 내가 왜 그까짓 거 때문에 마음 졸이고 아파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가만히 둘레를 살펴보아요.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병이 들어 자리에 눕기도 하고, 곧 돌아가실 것 같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기도 해요. 사업이 잘 되던 사람이 갑자기 폭삭 망하기도 하고, 몇 해 전에 망한 사업가가 다시 번창하기도 해요. 꼴찌만 하던 친구가 첫째가 되기도 하고, 첫째가 꼴찌가 되기도 해요. 자기도 모르게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하고, 어리석은 탐욕에 눈이 멀어 부모형제와 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해요. 세월이 흘러 지난날 잘못을 뉘우치며 피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한세상 살아가다 보면 이와 같이 온갖 일(손님)이 다 찾아오지요. 아이고 어른이고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와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불쑥불쑥 찾아온 이 손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손님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나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고이고이 달래서 돌려보내야겠지요.

앞으로 어떤 손님이 나를 찾아온다 해도 흔들리지 말고 나답게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쓴 시가 <손님>이에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손님이 찾아왔는지요? 찾아온 손님을 고이고이 달래서 돌려보냈나요? 

 

글쓴이 서정홍 시인

(약력 :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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