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8-18
김희곤 부산지방국세청 전 감사관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 가면
저기 저 모양 될 터인데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저 건너 잔솔밭에
슬슬 기는 저 포수야
저 비둘기 잡지 마라
저 비둘기는 나와 같이
임을 잃고 밤새도록
임을 찾아 헤맷노라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성주풀이의 첫 대목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간 뒤에
신을 추앙하고 섬기는 일
가내에 무사태평을 축원해야 할
엄숙한 자리에 만수 대신을 불러와서
걸맞지 않게 회초리 들고
이 한 몸 썩어지면 저기 저 무덤같이
허무하게 사라질 몸
왜 무슨 연유로 우리를 못살게 굴었냐
소회하는 넋두리 한풀이다
무당 패거리들
시퍼런 도끼날 위에 성큼 올라서
푸닥거리하면서 꽹과리 북장단
운율에 맞춰 토해내는 말씀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철천지 맺힌 원한
누누 대대로 쌓이고 맺힌
가슴속 회포를 뿜어내는
험상궂은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내가 누구냐
너네들 문화 류씨 할아부지
만수(壽殊) 대신한테서 쫓겨나
저승에도 못 가고 몽달귀신 뜨내기
황천에 떠도는 한을 품은 무속 패거리다
만수 대신은 누구신가
황해도 해주 문화면 황강변
문화 류씨 좌상공파 10대 손 만수가
이씨조선 개국공신이 되었으나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게 참살 당했으니
그의 현손 순(珣)이 연산군 때 영의정 등
6대에 걸쳐 만수의 후손이
조정 대신들에 의하여 무속들 척결에
따돌림당하여 누누 대대 한 서린
그 푸념이 성주풀이에 속속들이 담겨있다
집안에 재앙이 겹쳐 혼란한데
여의도 큰 머슴들 내로남불 희희낙락
중천에 반짝이는 별들이
미세먼지 구름 비집고 내려다본다
초야에 묻혀사는 힘없는 민초들
병고에 허덕이는 허약한 환자들
오해와 불만으로 돌아선 부랑인들
다시 한번 다독거리고 설득해
민족 화해 통일 성업 다 함께
참여하자
은혜와 의리를 넓게 베풀어라
인생 어느 곳에서든지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말라
길이 좁은 곳에서 서로 만나면
회피하기가 어렵다
(경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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