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6-12
이 천 종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는 말이 있다. 칭찬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잘한다고 추겨주거나 좋은 점을 들어 기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칭찬 한 마디면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는데 남녀노소 언제 어디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칭찬을 생활화하고 습관화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한다고 추겨주고 격려 해 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좋겠지만, 못하는 사람 또는 나쁜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고쳐준다거나 격려차원에서 작은 칭찬 한마디를 해 준다면 칭찬을 받는 그 사람에게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 그러니까 40여년은 훨씬 지난 젊은 시절 어느 날의 경험담을 말 해 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때 나에게도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떨어져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만났기에 서로 반가워서 가정사도 알고 싶고 부인과 자녀들도 보고 싶고 해서 우리 집으로 식사초대를 했다. 정성을 다 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나름대로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친구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아들만 두 명을 두었는데 당시 큰애는 초등학교 3학년이고 작은애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예쁜 옷에다 운동화를 신고 모자도 쓰고 참 예쁜 모습으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우리 집에 도착했다.
가족끼리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술 한 잔 하면서 식사를 즐기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유별나게 구는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초등학생이면 어느 정도 철이 들 나이 인데도 바깥에서 놀다가 집안으로 들어올 때는 모래가 한줌 든 신발을 그냥 신고 그대로 마루로 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신발 한 짝은 마루에, 또 한 짝은 식탁위에 벗어 던지는 식으로 완전 천방지축 이었다. 오랜만에 반갑게 만난 친구의 아들인데 무어라고 나무랄 수도 없고, 잘못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라도 갈까 싶어 참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사람의 얼굴을 보니 푸르락 뿕으락 꼭 벌레 씹은 인상을 하고 있어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런데 친구와 친구부인은 “우리 아이들이 원래 좀 별나서 아무도 못 말린다. 암만 시켜도 안 된다. 이해를 해 달라.” 고 하면서 웃고만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자기 아이들이 남의 집에 와서 버릇없이 놀면 좀 달랜다거나 자제하도록 애를 좀 쓰는 것이 도리 일 텐데 보고만 있는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하도 기가차서 내가 친구의 아들을 불러놓고 “너희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너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아주 착하고 씩씩하게 잘 노는 어린이로 보이는데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간단한 시험을 한번 해 보겠다.” 하면서 “차렷, 열중 쉬 엇” 구령을 해 보니까 아이들이 너무 잘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아이들을 보고 다시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말 잘 듣고 착한 어린이를 말 잘 안 듣는다고 하다니 ...” 하면서 부모를 나무라는 식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다시 “앉아, 일어섯, 열중쉬어, 차렷, 경례” 구령을 하였는데 아이들이 너무도 잘 하였다. 이어서 나는 아이들에게 “아저씨가 보니까 너희들 만 큼 착하고 말 잘 듣고 질서 잘 지키는 어린이는 처음 봤다. 우리 집 아이들은 밖에서 들어올 때 신발을 아무데나 벗어버리고 식탁위고 화장실이고 모래를 뿌리고 다녀서 정신이 없는데, 너희 두 사람은 정말로 착하고 모범적인 어린이다. 장래 육군사관학교에 가면 우리나라의 큰 일꾼이 되겠다.” 라고 칭찬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용돈 얼마를 쥐어 주었다. 그 때부터 아이들의 태도는 180도 싹 달라졌다. 갑자기 그렇게도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변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싱글 벙글 좋아하면서 어른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들어준다. 친구내외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신기 해 하고 기분 좋아 하는지! 지금도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 하다.
하마터면 별난 아이로 인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사이의 우정에 금이라도 갈 뻔 했지만 칭찬 한마디로 그 순간을 웃음으로 넘기고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친구 아이들은 그날 그 때 부터 노는 모습이 조금씩 바뀌게 되고 부모님의 말씀도 차츰 잘 듣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친구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말이 가끔 전해 오기도 하였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칭찬 한 마디를 던져주면 분위기 조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생활에 많은 변화와 활력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택시를 타거나 식당에 가거나 특히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면 의례히 은근 설적 칭찬 한마디를 던지는 습관이 생겼다.
택시를 타게 되면 먼저 차량번호를 복창하면서 “차량번호가 참 좋습니다.”
하고는 차량번호로 말 짓기를 해서 좋게 설명 해 주면 아무리 퉁명스런 기사도 그때부터는 대화문이 열리게 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이어서 “차량 시트가 깨끗합니다. 모범 기사님이 신가 봅니다.”라고 하면 어느 기사가 친절을 베풀지 않을까? 싶다. 또 신호위반, 과속운전, 곡예운전을 한다면 “나는 기사님처럼 운전 잘 하는 택시기사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운전엔 프로입니다. 그래도 딱지 한 장 안 끊기는 것을 보면..” 라고 하면 이내 신기한 반응이 오게 되어있다. 이 작은 칭찬이 바로 교통사고 예방, 친절운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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