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4-26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의 불화, 흔하다.
권두보:우리도 만만치 않게 겪었다. 어떤 다툼이든 서로의 입장을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이라고 만만하게 보고 집성촌의 위력을 보여준 일도 있었는데, 우리가 머리 숙이고 들어갈 일이 아니라 원칙대로 대응했고, 우리 대응이 맞는 일로 처리됐다.
이홍재:서로의 입장에서 약간의 양해를 구하면 크게 틀어질 일이 아닌 일도, 그 일을 하지 않아 서로 척을 지는 일이 있었다. 안타깝다.
지역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권두보:한 예로, 한 가구의 누군가와 큰소리로 싸움을 해도 그 가구의 다른 구성원과는 수다 떨며 어울린다. 사람 좋아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일 좋아한다.
이만하면 후회 없는 선택인가?
이홍재:어디든 아내만 만족하고 좋아하면 된다.
권두보: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장생활에 살림만 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숙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젊어 고생 사서도 한다는데, 그 과정을 거치니 이젠 자신감도 생기고, 원하던 농사 계속 짓고 있다. 우리 농산물이 ‘기적의 딸기’로 인정받고, 그 덕에 강의도 하게 되니 좋다. 이젠 사람 앞에 서는 일을 좋아한다. 농사도 짓고 강의도 하니, 성취감도 충분히 느낀다.
지역에서 따로 하는 사회활동은 전혀 없는가?
권두보:합천친환경농업연구회 부회장 직을 지난해까지 했고, 지난해 합천전자상거래협회에 가입해 현재 사무차장 직을 맡고 있다.
자녀들의 합천살이, 어땠을까?
권두보:큰아이는 초등4학년 때 합천에 들어와 합천초, 합천중 거쳐 산청간디학교를 다녀서 그런가, 합천보다 산청을 고향으로 느끼는 듯 하고, 작은아이는 여섯 살 때 합천에 들어와 동네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복숭아 따먹고 새고기 구워먹고 아카시아 따먹으며 자라서 시골살이처럼 자랐는데, 대양초 거쳐 합천중 2학 다니다가 자퇴하고 서울에 있다.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권두보:귀농, 힘든 일이다. 농사를 지어 생업으로 한다는 일,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도시인이 귀농을 꿈꿀 때, 상업농이냐 친환경농이냐를 분면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이도저도 아니면 100% 실패한다. 시설농으로 상업농이든 친환경이든 선택하면 작목반에 들어가 제대로 배우고, 판로도 확보하고 당사자가 열심히 하면 실패율은 준다. 농사를 배우는 사람이면, 선배들한테 머리 숙여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니 선배들이나 원주민한테 잘하게 된다. 시행착오로 쌓은 선배들의 실력, 짧은 시간에 배우려면, 사람 사는 순리대로 하면 된다.
이홍재:멘토 잘 만난 사람은 제대로 정착하더라.
지역에서 귀농정보, 영농정보 주고 받기도 하는가?
권두보:다행히, 지역에서 아무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더라. 찾아오는 사람, 없었다. 이런 점이 합천군청의 농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주민, 토착민은 귀농인의 고충을 모르기 때문에, 귀농인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연결을 지자체가 해야 한다.
더 하고 싶은 농사가 있는가?
권두보:한창 때 귀농했고 이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 어떻게 하면 되겠다, 하는 그림이 그려져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체력이 슬슬 떨어지고 있다.
자녀들은 부모 따라 농사 지을 생각도 하는가?
권두보:농민으로 사는 일이 너무 힘들다, 그러나 노력하면 안되는 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작은아이는 서울에서 옥상텃밭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한다. 아직 스무살이라 경험도 없고 사회생활도 더 해야 한다. 현재 아이들에게 농사 지으라는 얘기도 하지 않지만, 본인들이 하겠다면 환영한다.
이홍재: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는가만 찾을 수 있게 하면 다른 교육은 필요 없다고 본다. 어떤 가치로 살까만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여가에는 무엇을 하는가?
권두보:독서는 늘 하는 일이고 사람 만나 어울리는 일 좋아한다. 정기구독하는 잡지(르몽드디플로마티크, 녹색평론)는 챙겨 본다.
이홍재:농사에 도움도 되는, 이런저런 컴퓨터프로그램 짜서 적용하고 농사에 필요한 장비·시설 만들기를 좋아한다. 한 예로, 딸기밭에 출몰하는 쥐를 몰아내는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어 쓴다.
10년 뒤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권두보:재미있는 딸기 농사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 남편 힘이 빠질 때까지 딸기 농사 짓고 싶다.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기도 좋아한다. 딸기 농사로 함께 일하는 9명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 좋다. 가치 있는 일, 제대로 된 먹을꺼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리 딸기는 ‘기적의 딸기’다. ‘기적의 사과’처럼. 우리 딸기는 자연재배다. 소량의 식물성퇴비만 넣고 재배하는 딸기다. 우리 딸기는 썩지 않고 말라간다. 제대로 농사 짓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 예로, 내가 4남매인데, 어머니에게서 간염을 물려받아 4남매가 다 B형간염 보균자다. 우리가 지은 딸기 먹고 나 포함해 언니, 남동생에게 간염항체가 생겼다. 의사는 항체 생긴 일이 딸기 덕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자부하게 된 사건이었다. 나는 내 딸기를 소비자에게 줄 때 ‘좋은 딸기’라고 큰소리친다. 내 아이들이 농사를 하겠다고 하면 물려줄 생각이다. 안타까운 일은, 15년째 우리를 보고 있는 이웃들은 우리처럼 농사지으려고 하지 않더라. 우리 딸기는 비싸게 판다. 비싸게 팔아도 되는 좋은 딸기라는 자부심이 있다. 우리 딸기가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 강의 들은 소비자들은 비싸도 사먹는다. 좋은 딸기니까. 수확량이 적어도 비싸게, 제대로 파니까 농사를 꾸준히 지을 수 있다. 이 수준이 되기까지 우리는 남다른 노력을 꾸준히 했다. 남편은 농사를 제대로 지었고 나는 소비자를 만나 제대로 된 딸기의 필요성을 얘기해왔다. 후발주자들은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된다. 많은 이가 우리처럼 농사를 지으려고 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김장배추도 딸기처럼 키워봤더니 딸기처럼 저장성이 좋더라. 그 배추도 ‘기적의 배추’인 셈이다. 퇴비가 마냥 좋지 않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우리만 짓지 말고 다른 농가에도 퍼뜨리고 싶은데, 매장당할 얘기라는 현실, 속상하다. 그래서 소비자교육을 한다. 소비자가 요청해서 농업을 바꾸는 일, 하고 싶다. 우리 외에도 제대로 된 농산물을 키우는 농민이 있지만, 그들은 소수다. 농업이 바뀌어야 건강한 나라가 된다. 딸기를 팔기 위해 소비자를 만나지만, 소비자교육을 위해 소비자를 만나기도 한다. 10년 뒤에도 딸기농사꾼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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