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5-09-15
▶자기소개를 해달라.
1957년 강원도 동해시에서 나고 자랐다. 1976년 군복무로 입대해 1994년까지 직업군인으로 일했다. 부산 한진중공업 등 배 만드는 일도 15년 했다. 군대생활 할 때부터 산을 좋아했다. 네팔로 산 타러 다니고 한국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관수마을도 산청부터 걸어다니는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겨울에 관수마을을 지나가는데 볕이 참 좋고 마을풍광도 좋아, 딸들도 다 결혼하고 난 뒤 4년 전 귀농까지 하게 됐다.
▶이장 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올 1월에 처음 시작했다.
▶관수마을 주민 현황은?
30가구에 36명이 산다. 60%가 독거노인이다. 가장 나이 어린 주민은 50대 초반,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은 91세 주민이 있다.
▶지난 여름, 해바라기마을로 지역에 알려졌다.
마을 초입에 폐비닐 집하장이 있었다. 그곳이 가림대도 없어 온갖 쓰레기가 쌓이고 날아다니면서 폐비닐이 전깃줄에 감기기는 등 흉물스러워, 마을 풍광을 나쁘게 했다. 희망마을사업 1단계 신청할 때 신청해서 지원금 200만원 받아 경관 조성을 하기로 했다. 200만원으로 영산홍 사서 강에 가서 돌 주워오고 흙 돋아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 곁에 있는 300평짜리 밭을 내 돈으로 세 얻어 꽃을 심기로 했다. 함안군 강주마을 해바라기축제에 가보니 아주 멋지고 이뻐서, 강주마을에 가서 사정 설명하고 해바라기씨를 싸게 샀다. 혼자 씨를 심고 있으니 딱해보였는지, 주민들도 한 둘씩 와서 도와주고. 그렇게 심고 꽃이 피니 참 이뻤다. 고향 찾는 이들이나 외지에서 온 이들이 볼 때 이쁘다고 하고 사진도 찍고 SNS에 올리고 하니 소문이 나서 면사무소에서 보도자료도 내고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다. 나락포대로 씨앗 세 가마를 수확했다. 김학중 쌍 책면장이 해바라기에 대해 관심을 보여서, 면 경과조성에 씨앗 한 가마 기증하고, 올 가을에 하는 대야 문화제 때 상품으로 씨앗 한 가마 기증했다. 마을을 지나가는 자전거 길 경관 조성에 해바라기를 심자는 얘기가 나와서 내년 봄에 해볼 예정이다. 마을 가까이 옥전고분, 합천박물관이 있으니 산책로 만들기도 좋고. 군에서 공용자전거제도를 하면 자전거 타고 다니기 좋고. 더불어 마을 곳곳 담장에 해바라기 심을 생각이다.
▶관수마을 현안은?
마을회관 앞 새마을운동시기에 지은 회관이 낡은 채로 있는데, 그 건물과 땅이 현재 소유주 정리가 안되어 있어 팔지도 못하고 개보수도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마을자산으로 정리됐다. 내년에 주차시설이나 체육시설로 정돈할 예정이다. 길이 망가져서 어르신들이 밀차 끌고 다니기 불편할 정도라 포장을 새로 해야 하고, 상포마을에서 건태로 건너가는 다리는 차도 지나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차량 이동량이 늘테고, 우리 마을 쪽은 도로포장이 안되어 있어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길도 지역민과 호응하지 않으면 골치꺼리라는 의견이 있다.
외지인이 지나쳐 가버리는 구조가 아니라, 잠깐이라도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상품개발을 해야한다. 철 마다 나오는 지역농산물을 지역민이 팔 수 있는 방식이어야 지역민의 소득창출과 연결할 수 있으니까. 합천군은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청정하다. 도시에서 온 내가 봤을 때, 공장 없는 마을, 매력있다.
▶임기에 꼭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마을에 들어올 때만해도, 이장 일을 할 생각도, 그럴 줄도 몰랐다. 막상 이장 일을 하다 보니, 큰 일을 하는 자리도 아니지만, 나름의 책임감이 있어,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젊어 깃들인 방랑벽도 남아있고,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묶여있는 신세가, 가끔 답답할 때도 있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온 취지와도 다른 삶이고. 그러나 임기에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참고 있다. 우리 마을에 노인이 많은데 교통이 불편하다. 게다가 독거노인들이고. 보건소도 어르신들 챙기고 있지만, 자식이 있어도 곁에 없으면 남보다 못하니, 가까이 있는 이장이 할 일이 많다.
▶9개월차 이장이지만, 기억에 남는 일, 어려운 일이 있다면?
평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 든』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집도 오두막처럼 작게 짓고 마을 주민과 함께 살려고 귀농했다. 내 집과 가까운 곳에 내가 쓸 땅(집, 농 지)을 확보하는 일이 참 어렵더라.
▶여가에는 무엇을 하는가?
예전에 인수봉 암벽 타다가 떨어져 다치고, 마라톤도 좋아해서 자주 하다가 이젠 다리가 탈이 나 요즘은 힘든 운동은 못하고, 산은 다닐 만큼 다니기도 해서 요즘은 마을 뒷산을 산책 수준으로 다닌다. 정악대금 공부를 15년째 하고 있다. 합천박물관 강좌도 들으러 다닌다.
▶합천박물관 강좌,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장 일로 회의와 겹치지 않으면, 결석하지 않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조선시대 강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강좌에 가면 젊은 사람이 없다. 젊은 사람이 강좌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곧 한가위가 다가온다. 한가위는 어떻게 보내는가?
동해시 고향으로 가서 한가위를 지낸다. 어머님이 살아계시기도 하고. 여기서 가려면 대구, 포항 거쳐 7번 국도로 올라간다. 길이 좋아져서 쉬지 않고 가면 네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차례 지내고 형제들과 얘기하고 음식 나눠 먹으며 놀고.
▶지역언론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리 지역 얘기 뿐 아니라 다른 지역, 가깝게는 다른 경남권의 좋은 사례를 소개해주는 기사도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달라
나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장이지만 영농 경험도 적어 천방 지축이고, 앞에 나서는 일도 익숙치 않은데 앞뒤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막 밀어붙이기도 해서, 누군가에게는 그런 행태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기도 할 터인데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 임임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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