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1-02
이주홍어린이문학관입주작가 이수경
나는 결정에 장애가 있다. 서른 고민과 결정할 일이 한창 많다. 게다가 대부분 하나밖에 없는 내 미래가 걸린 큰 결정들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결정을 피하고 싶기까지다. 작은 것도 결정을 잘 못한다. 음식을 선택할 때도 친구에게“뭐 먹을 래?”물어보고 뭐 먹는지를 보고 선택한다. 반대로 친구가 “뭐 먹을래?” 물어보면 늘 내 대답은“아무거나”다. 아무거나는 절대 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언제 처음 결정 장애가 있었나 생각해본다. 고등학교 기말국어 시험이었던 것 같다. 객관식으로 받힘이 있는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나온 것이다. 국어 시험에서 다른 문제는 맞게 풀은 것 같은데, 이 한 문제만 맞으면 백 점인데, 도통 답을 몰라서 잡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겨유한 문제지만 그 당시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시험이라 서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간고사를 점수가 나빠서 평균을 만회하려면 꼭 이번 시험에서 국어 만점이 필요했던 거다.
‘아..한 문제만 풀면 되는데’ 시간은 가고 압박이 더 심해졌다. 시험을 다 친 반 친구들이 선생님의 허락하에 다음 시간 시험 과목 공부를 위해서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다. 이제는 교실에 몇몇 남지 않았다. 쓱 둘러보니 나 포함 5명정도 남아있다. 그러나“스륵”종이소리를 내며 한명이 일어서 교턱에시험지를 내고서 밖으로나갔다. 이젠 4명. 답은 모르겠고 초조하다. 이대로 시간끌다가 반에 남은 최후에 1인이 되기 십상인데. 안 될 말이다. 먼저 나간 친구들은 절대 골든벨 최후의 1인에게 하듯 “괜찮아”를 외쳐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말시험 즉, 겨울. 반 친구들이 모두 엄동설한에 시험을 붙들고 있는 나 때문에 따듯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민폐녀가 되어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고생에게는 치명적이고 가혹하다. ‘어서 찍어야해!’ 초조한데 시간은 계속 흘렀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이해가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리는 두 개 보기가 이제는 다 정답같이 느껴진다. 원래 이 단어의 발음이 뭔지 기억이 안 날정도다.
결과적으로 정답은 처음 맞는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답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마음고생만 한 것이다. 결정에서 서툴더라도 앞으로 직관적으로 답을 내는게 중요하구나 생각을 하게되는 경험이었다.
직관, 말이 쉽다. 요즘 내가 마주해야할 결정들은 쉽지않다. 그래서 가끔 결정을 미루고 청소를 하거나 간식을 먹거나 방송을 본다. 라면하나 끓여놓고 뭘 볼까 고민해본다. 다들 나처럼 답을 누구에게 찾고싶은지 죄다 강연식 방송이다. 한참만에 한 곳에 방송을 고정하고 보니 한 심리학자가 강연을 한다. 재밌게한다. 짬짜면은 슬픈음식이란다. 무슨 말인지 호기심이간다. 오늘 짜장면먹고 내일 와서 짬뽕을 먹을 수 있다라는 이 마음에 여유만 있으면 짬짜면의 수요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라고 설명한다. 여유부족이 결정장애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결정을 최고로 못할 때 나는 여유가 없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여서 진짜 스스로 결정을 해야하는 나이다. 조급하다 또 좋은 기회가 또 올까 고민도 된다.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거기다 거의 모든 선택이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인생, 미래와 관련되니 어렵다. 또 다를 친구들은 다들 자리를 잡아 결혼한 애들도 많다. 불안하다는 한국의 경제사정, 취업불안은 설상가상이다.
해야하는 결정들은 전부 고등학교 국어 마지막 시험문제 같기만 해서 여유가 없다. 그래 선택에서 또 기회가 온다는 여유가 있어야하는 구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스스로 선택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의문이 있었다. 선택이 쉽게 기준과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멀리 봐라”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가르쳐주실 때다. 아버지는 단호하셨다. 운동장에서 자전거 작동법과 타는 방법을 몇 번 시범 보여주신 뒤는 끝이다. “타봐라” 내가 탄 자전거 뒤를 잡아주시지도 않으신다. 당연히 위험하게 자전거를 탄다. 그냥 세워두면 넘어지는 자전거위에 올라탄 상태여서 무서워 땅만 겨우 보고 간다. 아버지는 계속 “ 멀리 봐라!”이야기하셨다. ‘안보려고하는게 아니라 못보는 겁니다.’아버지에게 누군가에게 말하고싶다.“으악!” 운동장에 그 사람 많은 데서 대판 넘어졌다. 아프기도 굉장히 아팠다. 하필이면 어디서 왔는지 20대 초중반 정도 되는 또래 남자들이 축구를 차고 있다가 나를 돌아봤다. 그 중 몇몇은 꽤 잘생겨서 더욱 부끄러웠다. 아픈 것보다 부끄럽고민망해서 속으로 난데없이 아버지에서 화가 날지경이다. ’아버지는 좀 잡아주시지, 어릴 때 자전거를 배웠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냥 오늘 집에서 쉴 걸 괜히 집밖에 나왔네!‘
하지만 나는 크게 웃었다. 넘어졌는데 부끄러워하거나 화내면 당연히 나만 더 우스워진다. 괜찮은 척하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렇게 넘어지네 그래도 재밌다! 또 넘어지겠지 그래도 오늘 다시 타야겠다.” 호탕하게! 지금 생각하면 센척한 것 같아 부끄럽기는 해도 내가 가끔씩 그런 깡이 있는 여자다. 암. 일을 내는 여자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백번넘어져도 일 없다.” 어릴적 엄마가 늘 일러준 말도 생각났고, 그렇게 기세를 바로잡고 그 뒤로는 바로 탔느냐? 한 번을 더 넘어졌다. 큰소리치고 난 뒤에 넘어져서 더욱 주목받는 기분에 부끄어웠다. 그래도 그 날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마스터했다.
도로주행만 하면 나는 평생 어느 길에서고 자전거 탈 줄 알고 그 방법을 평생 잊을 리 없다. 뭐 그까이꺼 멀리 내다보고 직선길에선 이렇게 커브길에선 이렇게 감이 딱 생긴 것이다. 이게 생각해보면 대단한 게 혼자서 그냥 놔두면 쓰러지는 큰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장고할 시간도 없이 즉각적으로 길 따라 결정을, 즉각적인 정답을 내리는 감을 잡았다는 뜻이다. 넘어지지 않으면 정답으로 탄다소리니까. 정답을 내리는 결정력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자전거의 장점이라고 한다. 결정력이 향상되는 것 말이다.
인생에 결정도 그럴수 있을거란 생각에 즐거워진다. 인생길에서 결정을 할 때 도움은 딱 아버지가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치실 때 해주신 것 정도다. “멀리 봐라” 그리고 간단한 장치 설명과 시범. 자전거의 뒤를 잡아주듯이 내 결정에 힘써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인생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근데 스스로를 믿고 결정을 밀어붙이는 시도에 땅에 헤딩하게 되고 그것이 두려워도 다시 깡으로 스스로를 믿고 결정을 밀어붙이고 그러다보면 내가 평생을 잊지 않고 써먹을 감, 결정력에 대한 감이 딱 생길 것이다.
나의 결정을 믿을 수없고 실패할까 두려워할게 아니네, 당연히 넘어지겠지 근데 괜찮아, 거기서 두려워말고 센척이든 뭐든 다시 들이받고 이제는 믿으니까 아니까 결국에 반드시 정답에 감이 생길 것이니까. 자전거를 처음 배운 그날이 생각난다. 너무 재밌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았다. 자전거를 또 타고싶어서 내일이 어서왔으면 생각에 들떴었다. 지금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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