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4-03
재경가회면 향우 윤명중
(전 농림축산식품부, 주일본한국대사관 근무)
내 고향은 남쪽이지만 산이 많은 오지 마을이었다.
그러다보니 논밭보다 산이 더 많았고,
그 산보다 더 많았던 것은 돌과 바위였다. 골짜기마다 지천으로 널린 바위 투성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길은 울퉁불퉁해서 어린시절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튀어 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깨지기 일쑤였고,
논과 밭 가운데에도 박혀있는 돌이 많아서 쟁기질, 써래질하는 농사일에 많은 지장을 받기도 했다.
그런 애물단지 많은 돌들 가운데서도 유독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돌이 있었으니 바로 너럭바우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너럭바우는 모여서 놀데가 마땅찮은 시골동네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고, 집 옆에 있는 너럭바우는 농가의 농산물 건조기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사랑을 받았다.
봄날 고사리, 참나물 등 각종 나물류의 건조장, 가을철엔 참깻단, 호박꼬지, 곳감 등등 종류도 다양한 우리들의 소중한 먹거리가 철따라 그 위에서 갈무리를 했다.
날씨가 풀려서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이하기 전의 모처럼 여유로운 봄날에는 온 동네 어른들의 마을회치(봄놀이) 장소로도 한몫을 했었지요!
그 너럭바우가 올해부터는 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뭔! 소린고 하니 나의 새로운 호로 너럭바우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올해 연초에 새해를 다시 맞이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다가 새로 호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원래 ‘경헌’이라는 호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서 호 지어주기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부탁했더니, 선뜻 ‘너럭바우’라는 호를 지어서 권하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이 호가 썩 마음에 든다!
비록 지금까지는 여러 여건상 너럭바우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살지는 못했다고 뒤돌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너럭바우처럼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가기로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 보면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면서 우리에게 넉넉함을 주는 그런 여유로운 너럭바우를 닮기를 바라는 진실한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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