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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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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천천히 걷는다

야마오 산세이

 

바쁜 날이라서

천천히 걷는다

 

가을 햇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기를

 

산들바람이

맨발에 부드럽게 미소 짓기를

 

짚신나물의 노란색 꽃이

저절로 이 마음에 머물기를

 

바위들의 무언의 노래가

무언인 채로 퍼져 가기를

 

바쁜 날은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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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상추쌈

 원지 강변 산책로 벤치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허리를 굽힌 채로, 하지만 고개는 꼿꼿하게 앞을 보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걸음이 어찌나 느린지, 순간 시간이 느려진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 옆으로 러닝을 하는 남자 청년들이 휙휙 지나갔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아주머니도 지나갔습니다. 여러 사람이 옆을 스쳐 가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결코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손에는 장바구니도 없고 지팡이 하나만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집에서 산책을 나오신 걸로 보였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걸음을 이렇게 집중해서 보기란 처음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할머니는 느렸고, 덕분에 저는 할머니의 걸음을 한참 동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지나간 자리는 잠깐 동안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느린 시간이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새소리가 들렸고, 바람이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어루만지고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포근했습니다. 저는 순간 할머니처럼 아주 느리고 고고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머지않아 친구가 왔고, 저는 느린 시간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올라탔습니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친구가 대뜸 너는 되게 안전운전 하는 것 같네.”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주 천천히 차를 몰고 있었던 겁니다. 친구의 그 말이 꿈속에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어서, 충분히 배우고 충분히 겪고 나면 저런 고고함을 가질 수 있을까? 바쁜 날에도 천천히 걸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기타 수업을 하고, 시간이 좀 남아 할머니를 만났던 벤치 앞으로 갔습니다. 저도 아주 천천히 그 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누군가가 제 옆으로 휙휙 지나갔습니다. 천천히 걸으니, 그들이 밀어놓고 간 공기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바람이었습니다. 그 바람이 어찌나 선명하게 느껴지던지 저는 처음으로 바람의 본명을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여전히 분주한 일상 속이었지만, 그 일상에도 분명히 잡을 수 있는 느릿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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