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11-24
합천군 주민참여예산, 왜 장소형 사업에 머무르는가
시민단체 ‘함께하는 합천’
■ 합천군 주민참여예산의 현황
합천군은 주민참여예산을 군정참여형, 읍·면 주민주도형, 생활안전형 공모, 그리고 **주민건의사업(비공모)**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선정 결과를 보면, 공모사업 50건(19억 2,800만 원), 주민건의사업 7억 원이 편성되었다. 숫자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사업 내용은 특정 장소에 시설을 설치·보수하는 형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가로등 설치·정비 ▲소방·방범 시설 ▲마을안길 포장 ▲소공원 정비 ▲간단한 체육시설 보수 등이 반복 등장한다.
이는 주민 생활에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사실상 지자체 본예산에서 처리하는 일상적 민원성 사업이 참여예산으로 이동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합천군 역시 2025년 계획에서 “단순 보수성 민원사업 지양, 사업의 다양화 추진”을 밝힌 바 있어, 행정도 장소형 위주의 편중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왜 ‘장소 기반’ 사업만 반복될까?
1) 제도 설계의 영향
현재 사업분류는 ‘군정참여형/읍면주도형/생활안전형’으로 되어 있어, 주제 중심이나 계층 중심의 제안이 어렵다. 자연히 “우리 동네 시설 하나 고쳐달라”는 소규모 요청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2) 주민 제안 역량 부족
주민들은 대체로 시설사업은 떠올리기 쉽지만,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 ▲사회적경제·마을기업 ▲청년·청소년 활동 같은 소프트웨어 형태 사업을 어떻게 제안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무슨 제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위원 구성의 한계
참여예산위원회가 중·장년층 중심이다 보니, 사업 심의도 자연스럽게 해당 계층의 관심사에 맞춰진다. 지역 청년·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집단의 요구가 포착되기 어렵다.
4) 본예산과 주민참여예산의 영역 혼재
도로 포장이나 CCTV 등은 본래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할 기본 업무이지만, 현실에서는 참여예산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많다.그 결과 참여예산이 창의적 지역발전 사업을 발굴하는 제도가 아니라, ‘민원 처리 통로’로
기능하게 된다.
■ 참여예산센터의 새로운 분류: ‘장소형–주제형–당사자형’
참여예산 전문가 최승우 센터장은 참여예산 사업을 **‘장소형–주제형–당사자형’**으로 재분류하자고 제안한다.
① 장소형은 특정 장소의 시설 설치·보수 중심으로 합천군 참여예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생활 편의 개선가 있으며 한계로는 창의·발전 사업 발굴에 제약이 있다.
② 주제형은 문화·예술, 복지·농업·환경, 사회적경제 등 ‘내용 중심’으로, 프로그램·교육·서비스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포함한다. 합천에서는 비중이 매우 낮다.
③ 당사자형은 청년·청소년·여성·노인·장애인 등 특정 계층 중심으로 계층의 필요를 직접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합천은 현재 별도 계층 공모가 없어 거의 전무하다.
이 분류에 비추어 보면, 합천군은 ‘장소형 일변도’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합천군 주민참여예산은 현재 기초행정 보수사업 중심으로 고착화되어 있고, 주제형·당사자형 사업이 사실상 부재하다.이 구조로는 주민주도 지역발전, 사회적 문제 해결, 청년 참여 확대 등 참여예산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다음 호에서는 타 지자체의 주제형·당사자형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합천군에 적용 가능한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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