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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5-11-09

시민단체 함께하는 합천

 

지난 기고에서는 합천군 주민참여예산조례가 지방재정법 제39조의 취지를 축소 해석하여, 주민 참여 범위를 '예산편성 과정'에만 국한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법 저촉의 문제가 아니다. 합천군 조례와 운영계획 자체가 주민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구성이다. 조례는 위원 정수를 15인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예산의 편성부터 집행, 결산 및 평가까지 전 과정에 걸쳐 주민이 참여하려면, 15명으로는 물리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타 지자체는 100명 이상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분과제(: 생활안전, 복지, 지역개발 등)를 도입해 활동을 분산하고 있다. 반면 합천군은 읍면 수(17)보다도 위원이 적은 실정이다.

 

더욱이 이 15명 중 상당수가 읍면장 추천이나 군수 위촉으로 임명되며, 공무원도 당연직으로 3명이나 참여한다. 간사조차도 공무원이 맡는다. 참여예산이라는 이름과 달리 위원회 운영은 사실상 행정 주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성은 물론 대표성과 투명성에서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예산학교다. 현행 조례에는 군수가 예산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어, 군수의 의지에 따라 개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참여하려는 주민들에게 예산에 대한 이해와 제안 역량은 필수다. 그럼에도 교육이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는 것은 참여의 문턱을 높이는 구조적인 장벽이다. 참여를 제도화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비전문가가 참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셈이다. 더욱이 교육 주관이 행정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 내용과 방식 역시 일방향적이고 형식적이 될 우려가 있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조례상 위원 정수를 현실화하고, 위원회 구성 비율에서 주민공모 비율을 높여야 한다. 공무원은 사무지원 역할에 그쳐야 하며, 예산학교는 조례에 연 1회 이상 의무 운영 및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주관으로 명시해야 한다. 참여는 훈련의 결과다. 주민이 예산을 배우고, 숙의하고, 판단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참여'는 말뿐이다.

 

진정한 참여예산제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지금 합천군 조례가 주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참여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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