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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3-04-03

[독자기고] 농민없는 양곡관리법, 정쟁만이 난무한 양곡관리법

 

최현석(전농부경연맹 사무처장)

 

20233, 양곡관리법 찬반양론을 두고 여당과 정부, 그리고 야당의 날선 공방이 벌써 수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 323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마침내 44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그 공방전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선거때를 제외하고 평소 농민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던 자들이 난데없이 서로 농민들을 위한답시고 쌈박질을 하냐는 것이다. 국민들의 주식, 식량주권, 농민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가장 첫 자리를 차지하는 쌀을 정쟁화 하는 것이 못마땅 한 것이며 이 정쟁의 가운데에 농민들은 없다는 것이다.

 

누더기 양곡관리법 개정안

 

애초 야당이 제출한 양곡관리법의 내용은 수요량 대비 3%이상 초과 시, 가격 5% 이상 하락 시에 정부가 나서서 자동적으로 시장격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3%초과와 5%하락 이라는 규정과 이전 양곡관리법에 명시된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을 해야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23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3~5%초과와 5~8%하락이라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했으며, 벼재배면적이 늘어날 경우 시장격리를 하지않는다는 것, 그리고 재배면적 조율의 재량권을 정부와 지자체 모두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통상 일년 간 우리나라 쌀 수요량은 360만톤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45년만의 최대폭락 사태를 격은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은 7.5%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쌀생산이 최대 5%까지 초과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장격리를 한다는 것은 쌀값하락을 방치하는 것으로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쌀 생산량 1% 증가는 가격하락을 불러온다. 3% 이상이면 농가들은 쌀 농사를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해서 혹자는 이를 두고 농민피해 방치법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생산비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데 가격하락 폭을 8%까지 늘리는 것 역시 가격하락을 방치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필자는 양곡관리법의 취지를 쌀 생산의 수급조절과 농민소득의 보전, 그리고 자급율이 낮은 밀, 콩 등의 생산을 늘리자는 취지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필자가 이해하는 취지와는 전혀 다른 누더기 법안일 뿐이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야당의 민생법안 1호는 실패한 법안이다.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저버린 여당과 정부

 

대한민국 헌법 1234항은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것으로 국가책임농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양곡관리법을 대하는 여당과 정부의 태도와 자세는 이에 반한다. 정부여당은 오로지 양곡관리법의 시장격리 의무조항에 대해 반대하며 벼재배면적이 늘어난다느니, 매년 1조원의 재정을 들여 쌀을 무조건 사주는 것은 안된다느니, 나아가 색깔론 까지 들먹이며 사회주의 협동농장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헌법에 명기된 정부의 역할, 책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여당의 입장에 반해 쌀 TRQ(저율할당관세)물량을 의무가 아님에도 해마다 의무처럼 수입하고 있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가? 그것도 자그마치 5500억원(2023년 예산 증액)이 넘는 정부예산으로 외국산쌀을 사들여 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매년 55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들여 외국산쌀은 사줘도 되는 것이고 국내 농가들이 재배한 쌀은 재원이 없어서 의무적으로 사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지난해 쌀값이 최대로 폭락했을 시에도 쌀이 남아돈다면서 끊임없이 수입쌀을 시장에 방출했던 것은 무엇때문인가? 무려 4087백톤의 쌀(경남 지역 생산량보다 무려 8만톤이 많은 양)을 해마다 어김없이 사들여 오는 것은 도데체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또한 양곡관리법은 논타작물 재배 조항을 두고 쌀재배면적 조절과 더불어 자급율이 낮은 밀,콩 재배를 독려해 자급율을 높이려하는 긍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고 오로지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만을 꼬투리 잡아 문제시 하는 것을 보면 양곡관리법을 정쟁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지금 정부여당의 태도는 농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며 나아가 농업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단 하나,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값이다.

 

생산비가 턱없이 올랐다. 지난 23일 통계청에서는 주요한 지표를 발표한 바 있다. 바로 농가교역조건 지수라는 것이다. 2015100을 기준으로 삼는 농가교역조건 지수는 농가들이 판매하는 농산물과 구입하는 생활용품 농기자재 등의 가격폭을 비교해서 수지타산을 알아보는 수치인 것이다.

지난해 농가교역조건지수는 100이하의 최악을 기록하였다. 농기자재에 대한 감가상각이 반영되지도 않았고,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농가부채 금리 인상분도 반영되지 않은 수치가 이러하다. 한마디로 농사=빚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최초의 한 해 이기도 하다.

생산비 뿐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최전방에서 맞이하고 있는 농민들의 처지는 해마다 변화무쌍한 기상의 변화앞에 그저 무기력 할 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양곡관리법을 두고 정쟁만 일삼고 있는 국회와 정부가 곱게 보일리는 만무하다.

농민들의 요구는 단 하나, 생산비가 보장된 쌀값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자동시장격리가 됐든, 변동직불금을 부활시키든, 추곡수매제를 부활시키든 간에 맘 놓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생산비가 반영된 농산물가격, 쌀가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쟁이 난무한 국회와 정부, 그 어디에서도 생산비가 보장된 쌀값법제화하겠다는 곳은 없다.

양곡관리법 정쟁이 언제 멈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농민이 없는 양곡관리법, 정쟁만이 난무한 양곡관리법은 농민들에겐 그 어떠한 것도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정쟁만 일삼는 바보들아! 농민들을 좀 보라구!

답은 생산비가 보장된 제대로된 쌀값이야! 이 바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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