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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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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네거리

동대문 사거리

삼청동 안가

감사원 정문 앞에서

 

당신들만 믿어도 되나요

어림도 없지 아직 멀었다

정신채리 거래이

우리 서민 다리 뻗고 좀 살자

 

낡아 헤어진 옷

아무렇게나 걸치고

강아지 한마리 가슴에 안고

설레설레 거리를 배회하다

 

지나던 행인들 유심히 쳐다보면

허 저것들 봐라

저기 걸레들 걸레 나무라네

숯이 검정아 놀리네

 

보잘것없는 중광(重光) 뒤따라봤자

입맛 다실 것 하나 없는데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걸레'를 알아보고

저기 걸레 나타났어 하고 뒤를 따라나선다

 

무궁화는 무궁화를 알고

국화는 국화들끼리 때늦은 인사 반기고

독기서린 철쭉은 꿀도 꽃가루도 없어

벌 나비 얼씬도 않는다

 

하루는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자고 있는데

귀하신 손님이 문안 오셨다나

록펠러 재단 사무총장

미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이라고

고려대학교에서 초청하여

10여 차례 강연회를 갖고

대통령까지 만나본 위인이

코리아타임지에 미친 중광의 기사를 읽고

 

조계종 총무원의 주선으로

동대문 감로암에서 조우의 기회를 맞아

스님 스님 외국에서 록펠러가 왔심더

그래 록펠러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요

 

이 말을 듣고 사무총장은 급히 나아가

인사를 하였다, 니 이름이 뭐야

저는 미국 록펠러 사무총장입니다

그것은 직함이고

 

로버트 그레이입니다

그것은 네 애비가 지어준 이름이지

그 이름 이전의 이름이

뭐냔 말이다

이 멍청이가 양놈 공부(工夫)

목이 넘치도록 석박사 딴 모양인데

그걸 알리가 없지

 

이건 처음 듣는 말이라

어리벙벙 말문이 막혀버렸다

제 이름도 모르는 자식이

록펠러 사무총장이라

 

저녁 정찬은 제가 내겠습니다

약속이 있다, 정 가고 싶으면

쌔기 나를 따라 나서거라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가면 됩니까

 

옷을 입어야지

무슨 옷을 입습니까

거지 옷이야

호기심이 난 사무총장은 청계천에 가서

허름한 군복 한벌과 군화 벙거지를 사서

입고 나니 영판 걸뱅이 거지꼴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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